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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져

scribbles 2011/08/21 15:02

하긴 내가 무슨 작가도 아니고, 글이 안 써진다고 스트레스를 받겠냐마는. 지금까지 한번도 나의 문학적인 소양을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고. 그런데 조금씩 그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니 이젠 마음이 조급해 진다.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처럼 내가 생각한 걸 명쾌하게 글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 하고. 머릿 속에 생각은 많은데, 그 중 하나를 골라서 글로 남기려고 하면 도무지 잡히지가 않아. 요즘에는 하루하루가 내 의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그냥 살아지는 느낌이다. 생동감도 없고, 자기만족도 없고. 살아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 동기부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야. 찜질방 가서 때밀고, 식혜에 삶은 달걀 먹으면서, 친구랑 신나게 각자의 자기색을 가지고 이야기했던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게 맞다면 나는 분명, 남이 뭐라 하건 별로 신경 안 쓰지만 그러면서도 내 생각을 크게 소리쳐 말하는 애였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깨끗한 직구를 던지는 걸 피해. 괜한 논란의 여지가 될만한 건 애초에 얘기를 꺼내지도 않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런 둥그스름한 이야기나 하고. 그러다 보니 짜릿한 교감따윈 언제 느껴봤나 생각도 나질 않고. 정말 인정하기는 싫지만 써놓고 나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난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가식적인 어른이 되어버렸다. 
 제길. 문장으로 써서 남기면 속이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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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et

8월 15일은 사귄지 2년이 되는 기념일이다.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더 정확히는, 기념일이라는 핑계로 상류층의 삶-지금 생각하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유치한 생각이지만-에 잠시 편입해서 즐기고 싶었다. 마침 운 좋게도, 지인이 워커힐 호텔 멤버쉽 카드를 빌려줬다. 워커힐 '키친' 레스토랑에서 계산시 멤버쉽 카드가 있으면 50% 디스카운트된다는 정보와 함께. 
 장소를 비밀로 하고 잔뜩 기대하게 해 놓고 찾아갔다. 정장을 입은 직원들에, 냉난방 요금이 걱정될 정도로 훤칠하게 높은 천장, 큰 창문들을 통해 보이는 한강의 야경. 재미있었다. 와~ 이걸 다 즐기고 50%만 내면 된다는 거지! 하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들떴는지도.
 1인 15만원인 Taste of Kitchen과 13만원인 Kitchen Classic 을 주문했다. Taste of Kitchen의 스테이크가 더 좋았지만, 중간 메뉴인 전복이 싫어서.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테이크를 제외하고는 Classic 이 훨씬 좋았다는 거. 
 평소와는 달리, 웃고 얘기하면서 한시간 반에 걸쳐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배를 채운다는 느낌보다는 눈을 호강시킨다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혀가 그리 예민하지 않아서 얼마나 재료가 좋은지, 싱싱한지는 잘 모르겠더라고. 그냥 좋겠거니 했지. 
 그리고 슬슬 집에 가려고 계산을 하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신용카드와 멤버쉽 카드의 성명이 일치하지 않아서 본인 확인이 필요하단다. 멤버쉽을 지인들과 돌려쓰는 문제가 왕왕 발생해서 엄격하게 검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순간 내 얼굴을 스쳐간 당황한 표정을 놓쳤을 리가 없는데도, 직원분은 내가 멤버쉽 카드 주인임을 믿는 태도를 고수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도 정말 민망하고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키친을 높이 평가하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아무튼, 전혀 생각도 못한 상황이라, 피가 확 얼굴로 몰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내 것이 맞다고 하기는 했는데,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냔 말이지. 자기 꺼라는데, 신분증도 없어, 자기 폰번호도 몰라, 가입시 집주소도 몰라. 처음에는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은 지인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나한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직원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건 왠 희극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그걸 모두 망치고 있는 거잖아.
 직원에게 티나는 거짓말해서 죄송하다고 하고, 먹은 거 다 결제하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그 직원이 자기 명함이 마침 다 떨어졌다면서 펜으로 이름과 직급을 적은 쪽지를 영수증과 함께 줬다. 즐거운 시간을 망쳐서 죄송하다면서 다음 번에 방문하면 꼭 자기를 찾아달라고 두번세번 당부하면서. 굉장히 유쾌한 순간이었다. 물론 카드값 나오면 속이 좀 상할 것 같긴 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그간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내 소비 패턴에 대한 반성도 함께 했다. 문화를 사는 것을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행위라고 치부했던 나를 반성했다. 문화를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이제야 알 것 같았고, 그래서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굉장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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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et

외로움

scribbles 2011/05/29 23:07
어느 순간 찾아온다. 사랑하는 친구와 시간을 잡고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우연히 만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위해 각자의 시간을 쪼개서. 공간과 시간과 그 장소의 내음과 햇빛까지도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 내 외벽을 허물고 싶다. 적당히 맞장구 쳐주고 적당히 일상을 나누고... 그런 게 아니라. 아 속에 끊임없이 뭔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말로 표현이 안된다. 일단은 이 정도로...
Posted by Liet